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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195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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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 1940-1950년대
운모(雲母)처럼 희고 찬 얼굴 그냥 주검에 물든 줄 아나 내 지금 달 아래 서서 있네 돛대보다 높다란 어깨 얕은 구름쪽 거미줄 가려 파도나 바람을 귀밑에 듣네 갈매긴 양 떠도는 심사 어데 하난들 끝간 델 알리 오롯한 사념(思念)을 기폭(旗幅)에 흘리네 선창(船窓)마다 푸른 막 치고 촛불 향수(鄕愁)에 찌르르 타면 운하(運河)는 밤마다 무지개 지네 박쥐 같은 날개나 펴면 아주 흐린 날 그림자 속에 떠서는 날쟎는 사복이 됨세 닭소리나 들리면 가랴 안개 뽀얗게 나리는 새벽 그곳을 가만히 나려서 감세

주석

운모(雲母) 얇게 잘 벗겨지는 광물. 희고 투명하게 빛나는 빛깔 때문에 창백하고 서늘한 얼굴빛에 견주었다.

기폭(旗幅) 깃발의 넓은 천 부분, 곧 깃발 자락.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에 마음·생각을 실어 보낸다는 비유다.

사복(司僕) 옛날 임금의 말과 가마를 맡아보던 관아인 사복시(司僕寺), 또는 그 일을 맡은 이. 여기서는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매여 있는 처지를 빗댄 것으로 읽힌다.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촛불이 타듯 가슴속에서 아련히 타오르는 그리움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운모처럼 창백한 얼굴로 달 아래 홀로 선 이가, 푸른 장막 친 뱃전과 무지개 지는 밤의 운하를 바라보며 안개 자욱한 새벽으로 가만히 내려서려는 고독한 독백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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