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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한 밤
1920년대

고적한 밤

한용운 · 1920년대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宇宙)는 죽음인가요 인생(人生)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적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金)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黃金)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天國)의 꽃을 꺾던 환상(幻想)의 여왕(女王)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金)실과 환상(幻想)의 여왕(女王)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宇宙)는 죽음인가요 인생(人生)은 눈물인가요 인생(人生)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주석

정사(情死)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음.

심상·해설

달도 바람도 소리도 없는 적막한 밤, 별에 걸렸던 님 생각의 금실마저 걷히는 가운데 우주가 죽음이냐 인생이 눈물이냐를 되묻는 깊은 고독과 명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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