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팔벼개 노래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 되지요.
날 끊다 말아라
가장(家長)님만 님이랴
오다가다 만나도
정붙으면 님이지.
화문석(花紋席) 돗자리
놋촛대(燭臺) 그늘엔
칠십 년(七十年) 고락(苦樂)을
다짐둔 팔벼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룻밤
빌어 얻은 팔벼개.
조선(朝鮮)의 강산(江山)아
네가 그리 좁더냐
삼천리(三千里) 서도(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삼천리(三千里) 서도(西道)를
내가 여기 왜 왔나
남포(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 뒷산(山)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 집 가문(家門)에
시집가서 사느냐.
영남(嶺南)의 진주(晉州)는
자라난 내 고향(故鄕)
부모(父母) 없는
고향(故鄕)이라우.
오늘은 하룻밤
단잠의 팔벼개
내일(來日)은 상사(相思)의
거문고 벼개라.
첫닭아 꼬꾸요
목 놓지 말아라
품속에 있던 님
길차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금강(金剛) 단발령(斷髮令)
고갯길도 없는 몸
나는 어찌하라우.
영남(嶺南)의 진주(晉州)는
자라난 내 고향(故鄕)
돌아갈 고향(故鄕)은
우리 님의 팔벼개.
주석
팔베개 노래 김소월이 떠돌이 여인(기생)의 사연을 듣고 그 가락에 맞춰 지었다고 전하는 민요풍의 노래.
가장(家長) 한 집안의 어른, 곧 남편을 이르는 말.
화문석(花紋席) 꽃무늬를 놓아 짠 돗자리.
서도(西道)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를 이르는 말. '삼천리 서도'는 관서 지방을 두루 가리킨다.
남포(南浦) 평안남도의 항구 도시 진남포(현 남포). 뱃길의 출발지로 등장한다.
영남(嶺南)의 진주(晉州) 경상남도 진주. 화자가 자라난 고향으로 그려진다.
상사(相思) 서로 그리워함. 여기서는 임 생각에 잠 못 드는 그리움을 뜻한다.
금강(金剛) 단발령(斷髮令) 금강산으로 드는 길목의 고개 단발령. 그 절경에 머리를 깎고 중이 되고 싶어진다 하여 붙은 이름.
길차비 '길 떠날 채비, 행장'을 뜻하는 옛말.
심상·해설
놋촛대 불빛 아래 하룻밤 빌린 팔베개에 정을 붙인 떠돌이 여인이, 부모도 돌아갈 곳도 없이 임의 팔베개를 고향 삼는 신세를 구슬프게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