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공원의 밤
백양(白楊) 가지에 우는 접동은 깊은 밤의 못물에
어렷하기도 하며 아득하기도 하여라.
어둡게 또는 소리 없이 가늘게
줄줄의 버드나무에서는 비가 쌓일 때.
푸른 하늘은 고요히 내려 갈리던 그 보드러운 눈결!
이제, 검은 내는 떠돌아오라 비구름이 되어라.
아아 나는 우노라 그 옛적의 내 사람!
주석
백양(白楊) 백양나무, 곧 사시나무. 잎이 바람에 잘 흔들리는 큰키나무다.
접동 접동새, 곧 두견이. 밤에 구슬프게 운다 하여 한과 슬픔의 상징으로 자주 쓰인다.
어렷하기도 어렴풋하다. 형체나 기억이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다는 뜻.
내 안개나 연기. 여기서는 못물 위로 어리는 어두운 밤안개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깊은 밤 못물 위로 접동새 울음이 어렴풋이 번지고, 비 맺힌 버드나무와 검은 안개 속에서 옛 임을 그리며 우는 적막하고 신비로운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