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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밥과 밤과 돌
1920년대

돈과 밥과 밤과 돌

김소월 · 1920년대
1 얼골이면 거울에 비추어도 보지만 하로에도 몇 번씩 비추어도 보지만 어쩌랴 그대여 우리들의 뜻 같은 백을 산들 한번을 비출 곳이 있으랴. 2 밥먹다 죽었으면 그만일 것을 가지고 잠자다 죽었으면 그만일 것을 가지고 서로가락 그렇지 어쩌면 우리는 쭉하면 제 몸만을 내세우랴 하느냐 호미 잡고 들에 나려서 곡식이나 기르자. 3 순직한 사람은 죽어 하늘 나라에 가고 모질던 사람은 죽어 지옥 간다고 하여라 우리네 사람들아 그뿐 알아둘진댄 아무런 괴로움도 다시 없이 살 것을 머리 수그리고 앉았던 그대는 다시 `돈 ! '하며 건너 산을 건너다보게 되누나. 4 등잔불 그므러지고 닭소래는 잦은데 여태 자지 않고 있더냐 담짐도 하지 그대 요밤 새면 내일날이 또 있지 않우. 5 사람아 나더러 말썽을 마소 거슬러 예는 물을 거스른다고 말하는 사람부터 어리석겠소. 가노라 가노라 나는 가노라 내 성품 끄는대로 나는 가노라 열 두 길 물이라도 나는 가노라. 달래어 아니 듣는 어린즉 맘이 일러서 아니 듣는 오늘날 맘이 장본이 되는 줄을 몰랐더니. 6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하오 소라도 움마하고 울지 않소. 기면 기라고라도 말을 하오 저울추는 한 곳에 놓인다오. 기라고 한대서 기뻐 뛰고 아니라고 한대서 눈물 흘리고 단념하고 돌아설 내가 아니오. 7 금전 반짝 은전 반짝 금전과 은전이 반짝반짝. 여보오 서방님 그런 말 마오. 넘어가요 넘어를 가요 두 손길 마주잡고 넘어나 가세. 여보오 서방님 저기를 보오. 엊저녁 넘던 산마루에 꽃이 꽃이 피었구료. 삼년을 살아도 몇 삼년을 잊지를 말라는 꽃이라오. 그러나 세상은 내 집 길도 한길이 아니고 열 갈래라. 여보오 서방님 이 세상에 나왔다가 금전은 내 못 써도 당신 위해 천냥은 쓰오리다.

주석

서로가락 ‘서로 자꾸·서로서로’의 뜻으로 가락을 살린 표현.

쭉하면 ‘걸핏하면, 툭하면’의 뜻.

순직한 순진하고 곧은. 마음이 바르고 어진.

담짐 ‘짐작’의 뜻으로 보는 옛말. 헤아려 어림잡음.

기 / 옳다 ‘기다’는 ‘그렇다·옳다’의 옛말. ‘기면 기라고’는 ‘옳으면 옳다고’의 뜻.

장본(張本) 어떤 일이 일어나는 빌미나 근본 원인.

열두 길 물 매우 깊은 물. ‘길’은 사람 키 정도의 깊이 단위.

천냥(千兩) 엽전 천 냥. 큰돈을 비유한다. 임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쓰겠다는 뜻.

심상·해설

돈에 휘둘리는 세태를 등잔불 꺼져 가는 밤의 대화로 풀어내며, 제 성품대로 가겠다는 곧은 의지와 임을 위해서라면 천 냥도 아끼지 않겠다는 마음이 민요 가락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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