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고독
설움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라
침묵의 하루 해만 또 저물었네
탄식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니
꼭 같은 열두 시만 늘 저무누나
바잽의 모래밭에
돋는 봄풀은
매일 붓는 범불에 터도 나타나
설움의 바닷가의
모래밭은요
봄 와도 봄 온 줄을 모른다더라
이즘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면
오늘도 지는 해니 어서 져다오
아쉬움의 바닷가 모래밭이니
뚝 씻는 물소리가 들려나다오
주석
바잽 바자울. 갈대나 싸리를 엮어 둘러친 울타리. '바자'에서 온 말이다.
범불 번지는 불, 곧 들불. 마른 풀에 옮겨붙어 퍼지는 불을 가리킨다.
이즘 싫증. 물리거나 진력이 나는 마음을 뜻하는 옛말.
열두 시 하루를 가리키던 옛 시간 단위. 같은 하루가 변함없이 되풀이됨을 뜻한다.
심상·해설
설움과 탄식의 바닷가 모래밭에서 똑같은 하루가 저물고, 봄이 와도 봄인 줄 모른 채 지는 해와 물소리만 기다리는 깊은 외로움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