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붉은 시름
붉은 시름
―민요 한 묶음
이슬비에 피었소 마음 고와도 찔레꽃
이 몸이 사위어져서 검부사리 될지라도
꽃은 아니 될 것이 이것도 꽃이런가
눈물 속에 피고 지니 피나 지나 시름이라
미친 바람 봄 투세하고 심술피지 말아도
봄꽃도 여러 가지 우는 꽃도 꽃이려니
궂은 비에 피었소 피기 전에도 진달래
이 몸이 시어져서 떡가랑잎 될지라도
꽃은 아니 될 것이 이것도 꽃이런가
새나 꽃은 두견이니 우나 피나 핏빛이라
새벽 반달 누구 설움에 저리 몹시 여위었노
봄꽃도 여러 가지 보라꽃도 꽃이려니
아지랑이 애졸여 가냘피 떠는 긴 한숨
봄볕이 다 녹여도 못다 녹일 나의 시름
불행 다시 꽃 되거든 가시 센 꽃 되오리
피도 말고 지도 말아 피도 지도 않았다가
호랑나비 너울대거든 가시 찔러 쫓으리
봄꽃도 여러 가지 가시꽃도 꽃이려니
주석
두견(杜鵑) 두견새. 피를 토하듯 운다는 전설이 있어 한(恨)과 슬픔을 상징하며, 진달래는 두견화(杜鵑花)라 하여 그 핏빛과 이어진다.
검부사리 검불(마른 풀·나뭇잎 따위의 부스러기)을 뜻하는 방언. 보잘것없이 시들어 버린 모습을 이른다.
떡가랑잎 떡갈나무의 잎. 가을·겨울에 마르고 뻣뻣해진 잎을 가리킨다.
투세 시새움·시샘을 뜻하는 옛말.
심상·해설
이슬비와 궂은비 속에 피고 지는 찔레꽃·진달래에 자신을 빗대어, 핏빛 두견과 여윈 새벽 반달처럼 풀리지 않는 붉은 시름을 가시꽃의 다짐으로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