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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풀
1920년대

각시풀

홍사용 · 1920년대
각시풀 ―민요 한 묶음 산초나무 휘추리에 가시가 붉고 뫼비닭이 짝을 찾아 “꾹구루룩국” 잡아뜯어 꽃다지 되는대로 뜯었소 한숨조차 숨겨 가며 외딴 불당 왔노라 “봄꽃 꺾다 맞은 삼살(三殺) 무슨 법으로 풀으리까” 말없으신 금(金)부처님 감중련(坎中連)만 하시네 먼 산(山) 보고 눈물지는 실없는 마음 만날 사람 하나 없이 기다리는 시름 긴 메나리 호드기 불기도 싫어서 바구니 속 서리서리 되는대로 담았소 “봄꿈 꾸다 맞은 삼살(三殺) 무는 법(法)으로 풀으리까” 넌즛 웃는 금부처님 감중련만 하시네

주석

삼살(三殺) 민속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세 가지 살(겁살·재살·천살). 여기서는 봄꽃을 꺾어 입은 액(厄)을 뜻한다.

감중련(坎中連) 주역 팔괘에서 감괘(坎卦)의 모양이 가운데 효만 이어진 데서 온 말. 불상의 손 모양(엄지와 가운뎃손가락을 맞댄 수인)을 가리켜, 부처가 말없이 그 자세 그대로 있음을 이른다.

꽃다지 들에 흔히 나는 봄나물의 하나.

메나리 농부들이 논밭에서 부르던 구슬픈 가락의 민요.

호드기 봄철 버드나무 가지로 만들어 부는 풀피리.

심상·해설

봄날 나물을 뜯다 외딴 불당을 찾은 처녀가 말없는 금부처 앞에서 속시름을 풀어놓는 정경으로, 붉은 가시와 멧비둘기 울음이 향토적 애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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