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그 사람에게
1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지금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는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 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는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2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삼 년은
길어둔 독엣물도 찌었지마는
가면서 함께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 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소리라 날이 첫 시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 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전 또 못잊을 말씀이외다
주석
축업는 ‘축축한’의 옛 표현. 눈물에 젖어 축축한 베갯머리를 가리킨다.
갓스물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나이. ‘갓’은 ‘방금 막’의 뜻.
독엣물 독 안에 길어 담아 둔 물. ‘독’은 물·곡식을 담는 큰 항아리.
찌었지마는 ‘(물이) 줄었지마는’의 뜻. 길어 둔 물도 세월에 줄어들었다는 의미.
죽지 새의 날개가 몸에 붙은 부분. ‘두 죽지가 상하다’는 날 수 없게 되었다는 뜻.
넋맞이 죽은 이의 넋을 맞이하여 위로하는 굿이나 의례.
길신가리 죽은 이의 넋이 저승길을 잘 가도록 차려 주는 무속 의례. 저승길 채비를 뜻한다.
심상·해설
떠나보낸 임을 향한 삼 년의 그리움이 눈물 젖은 베개와 그믐달, 넋을 맞이하는 밤의 의례로 번지며 죽음 같은 이별의 슬픔을 길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