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길차부
1920년대

길차부

김소월 · 1920년대
가랴 말랴 하는 길이었길래, 차부조차 더디인 것이 아니에요. 오, 나의 애인이여. 안타까워라. 일과 일은 꼬리를 맞물고, 생기는 것 같습니다그려. 그렇지 않고야 이 길이 왜 이다지 더디일까요. 어렷두렷하였달지, 저리도 해도 산머리에서 바재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아직 내 조그마한 가슴속에는 당신한테 일러둘 말이 남아있나요, 오, 나의 애인이여. 나를 어서 놓아 보내주세요. 당신의 가슴속이 나를 꽉 붙잡습니다. 길심 매고 감방하는 동안, 날은 어둡습니다. 야속도 해라,아주아주 내 조그만 몸은 당신의 소용대로 내어맡겨도, 당신의 맘에는 기쁘겠지요. 아직아직 당신한테 일러둘 말이 내 조그만 가슴에 남아 있는 줄을 당신이야 왜 모 를라구요. 당신의 가슴속이 나를 꽉 붙잡습니다. 그러나 오, 나의 애인이여.

주석

길차부 길을 떠날 채비, 곧 길 떠날 차비를 뜻한다. ‘차부’는 ‘차비(채비)’의 변형.

어렷두렷 ‘어렴풋·어른어른’의 옛 표현. 또렷하지 않고 흐릿한 모양.

바재이고 주저하며 머뭇거리고. ‘바재이다’의 활용형.

길심 매고 길 떠날 채비를 단단히 매는 것. ‘길심’은 길을 갈 차림·매무새.

감방하는 머뭇거리며 갈까 말까 망설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표현.

소용대로 쓰임새대로, 곧 ‘뜻대로·마음대로’의 뜻.

심상·해설

떠나야 할 길 앞에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는 사이 해는 산머리에 걸리고 날은 저물어, 못다 한 말과 붙잡는 마음 사이에서 안타까워하는 이별의 장면이 떠오른다.

김소월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