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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잠
1920년대

건강한 잠

김소월 · 1920년대
상냥한 태양이 씻은 듯한 얼굴로 산속의 고요한 거리 위를 쓴다. 봄 아침 자리에서 갓 일어난 몸에 홑것을 걸치고 들에 나가 거닐면 산뜻이 살에 숨는 바람이 좋기도 하다. 뾰죽뾰죽한 풀 엄을 밟는가 봐, 저어 발도 사분히 가려 놓을 때 과거의 십년 기억은 머릿속에 선명하고 오늘날의 보람 많은 계획이 확실히 선다. 마음과 몸이 아울러 유쾌한 간밤의 잠이여.

주석

홑것 한 겹으로 지은 홑옷. 따뜻한 봄날 가볍게 걸치는 옷을 말한다.

풀 엄 풀의 새싹. '엄'은 새로 돋는 싹을 뜻하는 옛말로, '움'과 같다.

저어 혹시나 하여, 조심스러워하며. 망설이는 마음을 나타내는 옛 표현.

심상·해설

푹 자고 일어난 봄날 아침, 씻은 듯 맑은 햇살과 산뜻한 바람 속에 풀싹을 밟을세라 사뿐히 걸으며 새 계획에 가슴 부푸는 상쾌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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