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
말없이 걸어가며 노래는 청령(蜻蛉),
들꽃 풀 보드라운 향기 맡으면
어린 적 놀던 동무 새 그리운 맘
길다란 쑥대 끝을 삼각(三角)에 메워
거미줄 감아들고 청령(蜻蛉)을 쫓던,
늘 함께 이 동 위에 이 풀숲에서
놀던 그 동무들은 어디로 갔노!
어린 적 내 놀이터 이 동마루는
지금 내 흩어진 벗 생각의 나라.
먼 바다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서
나 지금 청령(蜻蛉) 따라 왜 가지 않노.
주석
청령(蜻蛉) 잠자리를 뜻하는 한자어. 어린 시절 잡으며 놀던 추억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모래동 / 동마루 모래가 쌓여 이룬 언덕과 그 마루. '동'은 작은 언덕을 가리키는 옛말.
삼각(三角)에 메워 쑥대 끝을 세모 모양으로 구부려 거미줄을 발라 잠자리채를 만든 모습.
심상·해설
잠자리를 쫓으며 뛰놀던 모래언덕에 홀로 서서, 흩어져 버린 어린 시절 동무들을 그리워하며 잠자리만 무심히 바라보는 그리움이 잔잔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