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고향
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새 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차차 마주 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이거든
고향이 탓이 되어
부모님 기억, 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곳에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속에 있습니까.
마음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물결에 떠내려간 부평(浮萍) 줄기
자리 잡을 새도 없네
제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의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 천애일방(天涯一方)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주석
부평(浮萍) 물 위에 떠다니는 개구리밥(부평초).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를 비유한다.
천애일방(天涯一方) 하늘 끝 한 모퉁이. 고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을 뜻한다.
어기엇차 디엇차 뱃사람들이 노를 저으며 내는 뱃노래 후렴 소리. '어기여차'와 같다.
심상·해설
깨어서는 잊고 살다 잠들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고향, 진달래와 단풍과 뱃노래가 어린 그곳을 부평초처럼 떠도는 몸이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향수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