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배
개여울에 닻준 배는
내일이라도
순풍만 불면은 떠나간다고
개여울에 닻준 배는
이밤이라도
밑물만 밀면은 떠나간다고
물 밀고 바람 불어
때가 되면은
개여울에 닻준 배는 떠나갈 테지
주석
개여울 개울의 여울목. 강이나 개울에서 물살이 빠르고 얕은 곳.
닻준 ‘닻 준’, 곧 닻을 내려 정박한. 배를 멈춰 둔 상태를 뜻한다.
밑물 ‘밀물’.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
심상·해설
개여울에 닻 내린 배가 순풍과 밀물을 기다리듯, 때가 되면 떠나갈 수밖에 없는 이별을 잔잔히 예감하는 정조가 물결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