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돈타령
1
요 닷돈을 누를 줄꼬? 요 마음.
닷돈 가지고 갑사(甲紗)댕기 못 끊갔네
은가락지는 못 사겠네 아하!
마코를 열 개 사다가 불을 옇자 요 마음.
2
되려니 하니 생각
만주(滿洲) 갈까? 광산(鑛山)엘 갈까?
되갔나 안 되갔나 어제도 오늘도
이러저러 하면 이리저리 되려니 하는 생각.
3
있을 때에는 몰랐더니
없어지니까 네로구나.
있을 때에는 몰랐더니
없어지니까 네로구나.
몸에 값진 것 하나도 없네
내 남은 밑천이 본심(本心)이라.
있던 것이 병발이라
없드니편만 못 하니라
가는 법이 그러니라
청춘(靑春) 아울러 가지고 갔네.
술고기만 먹으랴고
밥 먹고 싶을 줄 네 몰랐지.
색씨와 친구는 붙은 게라고
네 처권 없을 줄 네 몰랐지.
인격(人格)이 잘나서 제로라고
무엇이 난 줄을 네 몰랐지.
천금산진(千金散盡) 환부래(還復來)는
없어진 뒤에는 아니니라.
상감님이 되어서락도
발은 것이 나더니라.
인생부득(人生不得) 갱소년(更少年)은
내가 있고서 할 말이다.
한강수(漢江水)라 인도교(人道橋)가
낮고 높음을 알았더냐.
가는 법이 그러니라
용기(勇氣) 아울러 가지고 간다.
내가 누군 줄 네 알겠느냐
내가 곧장 네 세상이라.
내가 가니 네 세상 없다.
세상이 없이 네 살아 보라.
내 천대(賤待)를 네가 하고
누 천대(賤待)를 네 받나 보랴.
나를 다시 받드는 것이
네 세상을 받드는 게니라.
따라만 보라 내 또 오마
따라만 보라 내 또 오마.
아니 온다고 아니 온다고
아니 올 리(理)가 있겠느냐.
있어야 하겠기 따르지만
있고 보니 네로구나.
있어야 한다고 따르지만
있고 보면 네로구나.
주석
닷돈 다섯 돈. ‘돈’은 옛 화폐 단위로 한 냥의 십분의 일.
갑사(甲紗)댕기 품질 좋은 비단(갑사)으로 만든 댕기. 처녀가 머리에 드리던 장식.
마코 일제강점기에 팔리던 담배 상표 ‘마코(マコー)’.
옇자 ‘넣자’의 방언. 여기서는 불을 ‘붙이자’의 뜻.
병발(病發) 병이 남, 탈이 남. 멀쩡하던 것이 도리어 화근이 됨을 뜻한다.
처권(妻眷) 아내와 그에 딸린 식구, 곧 처자식.
천금산진 환부래(千金散盡還復來) 이백의 시구 ‘천금을 다 써 버려도 다시 돌아온다’. 돈은 흩어져도 다시 들어온다는 호기로운 말.
인생부득 갱소년(人生不得更少年) ‘인생은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한시 구절. 젊음의 덧없음을 이른다.
인도교(人道橋) 사람이 건너다니도록 놓은 다리. 여기서는 한강 인도교를 가리킨다.
상감님 임금을 높여 이르는 말.
심상·해설
돈이 사람을 부리고 떠나며 청춘과 용기까지 앗아 가는 세태를, 돈을 의인화한 자조 섞인 가락으로 풀어내어 가난과 물욕의 허망함을 곱씹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