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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추념
1940-1950년대

인촌추념

최남선 · 1940-1950년대
눈덮인 하루길이 정읍역이 분명코나 세밑의 역두까지 그대나오 실줄알리 따뜻이 손을잡고서 신작로를 걷도다. 보이는 길을따라 변한거리 더듬으며 이렇다 저렇다는 몇마디말 하고나니 어느덧 예까지온일 더할말이 없도다. 어둑한 내장산이 어이저리 선명한가 할말도 들을말도 더있을것 같지않아 이끌고 주막에드니 잠도수이 오거라.

주석

인촌(仁村) 정치가이자 교육가·언론인인 김성수(金性洙, 1891~1955)의 호. 전북 고창 출신으로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보성전문)를 세웠다. 이 시는 그를 추념하며 그의 고향 가까운 정읍 일대를 회고한 작품이다.

정읍역(井邑驛) 전라북도 정읍에 있는 기차역. 인촌의 고향인 고창과 가까운 호남선 길목으로, 추념의 정서가 깃든 장소이다.

세밑(歲밑) 한 해가 저무는 섣달 그믐 무렵, 곧 연말을 이르는 말.

역두(驛頭) 역의 어귀, 역 앞을 뜻하는 한자어.

신작로(新作路) 새로 낸 큰길. 근대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게 만든 도로를 이르던 말이다.

내장산(內藏山) 전라북도 정읍에 있는 산. 단풍 명소로 이름난 호남의 대표적 명산이다.

예 '여기'를 뜻하는 옛말.

수이 '쉬이', 곧 쉽게·빨리를 뜻하는 옛 표현.

심상·해설

눈 덮인 한 해의 끝자락, 정읍역에 내려 옛 벗과 손잡고 걷던 신작로와 어둑하게 선명히 드러난 내장산을 바라보다 주막에 드는 한 폭의 겨울 저녁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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