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육친의 장
1930년대

육친의 장

이상 · 1930년대
나는24세. 꼭어머니가나를낳은나이이다. 성세바스치앙과같이아름다운동생, 로오자룩삼부르그의목상(木像)과같은여동생, 어머니는우리들세명에게잉태분만의고락을들려주었다. 나는세명을대표하여 ――드디어―― 어머님 우리들 좀만더형제가있었음싶었습니다 ――드디어어머니는동생버금의잉태에육개월로유산한전말을고했다 그애는사내였단다 올해로19 (어머니의탄식) 세명은제각각알지못하는형제의환영(幻影)의면모를그렸다. ――이정도나컸지――하고형용하는어머니의팔뚝과주먹은야위어있다. 두번이나객혈한내가냉정을극하고있는가족을위하여빨리장가하여야겠다고애태우는기분이었다. 나는24세 나도어머니가나를낳았듯이――무언가를낳아야겠다고나는생각하는것이었다.

주석

육친(肉親) 부모, 형제처럼 핏줄로 직접 이어진 가족.

성 세바스찬(St. Sebastian) 화살에 꿰뚫린 순교 장면으로 유명한 가톨릭 성인. 르네상스 회화에서 젊고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져 미소년의 상징으로 쓰인다.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폴란드 출신의 독일 혁명가이자 사회주의 이론가(1871~1919). 여기서는 여동생을 그 목상에 빗댄다.

객혈(喀血) 폐나 기관지에서 피를 토함. 이상이 앓던 폐결핵을 암시한다.

분만(分娩) 아이를 낳음, 해산.

심상·해설

객혈하는 스물네 살 아들이 어머니의 야윈 팔뚝을 바라보며, 태어나지 못한 형제의 환영과 자기 생명의 위태로움을 함께 더듬는 쓸쓸한 가족의 정경이 떠오른다.

이상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