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우정
사랑은 젊은 봄날의 꽃보다도 가엾고,
우정은 술잔에서 술잔으로 떠돌아가며
거짓의 울음과 가엾은 웃음을 흘리다가는
어리운 담뱃내보다도 더 쉽게 스러지나니,
다음에 남은 설움이야 한이나 있으랴.
사람아, 기운 있게 인생의 길을 밟는 우리의
맘과 맘과는 한 번조차 맞은 적이 없어라,
그러면, 늦은 봄날의 꽃도 지는 이 저녁에
나는 떠들어가는 술잔을 입에 대이고
우정 가득한 그대의 얼굴을 혼자 보며 웃노라.
주석
어리운 담뱃내 공중에 어리어 떠도는 담배 연기. 곧 사라지는 덧없음의 비유.
심상·해설
봄꽃마저 지는 저녁, 술잔이 손에서 손으로 오가는 자리에서 담배 연기처럼 덧없는 우정과 벗의 얼굴을 홀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