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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GIE
193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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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곤강 · 1930년대
안개처럼 가라앉은 마음의 변두리에 악마가 푸른 눈초리로 슬며시 엿보는 밤 죽지 않는 정열의 風車[풍차]가 저절로 미쳐서 빙빙 돌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은 시간이다 송장처럼 다문 입술 위에 까마귀처럼 떠도는 벙어리 침묵이 가없는 밤의 ‘캠버스’위에다 자줏빛 呪文[주문]을 그려놓는 순간 눈물에 녹아 흐른 마음은 미친 바람에 취한 물고기처럼 슬픔의 바다 한복판에 자맥질치고 넋이 날아간 몸둥아리는 어미 잃은 송아지처럼 밤 새워 우노니 나의 파로 ─ 마야, 너는 갔느냐

주석

ELEGIE 프랑스어로 '비가(悲歌)', 즉 슬픔을 노래한 애가(哀歌)를 뜻함.

風車[풍차] 바람으로 도는 바람개비. 멈추지 않는 정열을 비유함.

呪文[주문] 주술을 부릴 때 외는 글귀. 여기서는 밤의 어둠이 그려 놓는 불길한 무늬를 뜻함.

캠버스 캔버스(canvas). 그림을 그리는 천. 여기서는 밤하늘을 빗댐.

파로 ─ 마야 떠나간 임을 부르는 이름으로 보이는 외래어 호칭. 정확한 전거는 불분명함.

심상·해설

악마의 푸른 눈초리가 엿보는 깊은 밤, 멈춰 버린 풍차와 캄캄한 하늘에 그려지는 자줏빛 주문 사이로 떠난 임을 부르며 밤새 우는 절규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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