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1933, 6, 1
천칭 위에서 삼십 년 동안이나 살아온 사람 (어떤 과학자) 삼십만 개나 넘는 별을 다 헤어 놓고만 사람 (역시) 인간 칠십 아니 이십사 년 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 (나)
나는 그날 나의 자서전에 자필의 부고를 삽입하였다 이후 나의 육신은 그런 고향에는 있지 않았다 나는 자신 나의 시가 차압당하는 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주석
1933, 6, 1 제목이 곧 날짜(1933년 6월 1일). 이상이 스물네 살 무렵 자신의 죽음을 미리 선언하듯 쓴 짧은 산문시.
천칭(天秤) 저울. 균형과 측정의 상징이자, 별을 헤아리는 천문학적 이미지와 이어진다.
인간 칠십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칠십. 보통의 한 생애를 가리키며, 그에 대비해 자신의 스물네 해를 내세운다.
목도(目睹) 눈으로 직접 봄.
심상·해설
저울 위에서 수십만 개의 별을 헤아리며 살아온 이가, 자기 자서전에 스스로 쓴 부고를 끼워 넣는다. 살아 있으면서 이미 죽음을 선언한 젊은 시인의 서늘한 자화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