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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에서
1930년대

석굴암에서

최남선 · 1930년대
경주(慶州) 토함산(吐含山) 불국사(佛國寺)의 뒷등성이에 동해(東海)를 부감(俯瞰)하게 건조(建造)한 일자(一字) 석굴(石窟)이 있어 건축으로, 조각으로, 신라예술(新羅藝術)의 놀라운 진보를 천고(千古)에 자랑하니 대개 ‘남경(南梗)’을 진압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요 중앙의 석련좌(石蓮座)의 상(上)에는 석가여래(釋迦如來)의 상(像)을 뫼시고 그 주위에는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을 중심으로 하여 그 좌우에 십나한(十羅漢)의 입상(立像)을 만들고 또 그 좌우와 입구의 양벽(兩壁)에는 천부신장(天部神將) 등 상(像)을 새겼으되 의장(意匠)과 수법이 초일(超逸)한 것은 물론이오 그 수려한 풍채와 정제(整齊)한 기육(肌肉)이 당시 신라(新羅)의 미남녀를 ‘모델’로 한 사실(寫實)이라 한다. 허술한 꿈 자취야 석양(夕陽) 아래 보잤구나, 동방(東方) 십만리(十萬里)를 뜰 앞 만든 님의 댁은, 불끈한 아침 햇빛에 환히 보아 두옵세. 대신라(大新羅) 사나이가 님이 되어 계시도다, 이 얼굴 이 맵시요 이 정신(精神)에 이 솜씨를, 누구서 숨 있는 저를 돌부처라 하느뇨. ‘나라’의 곬이 모여 이 태양(太陽)을 지었고나, 완악(頑惡)한 어느 바람 고개 들 놈 없도소니, 동해(東海)의 조만 물결이 거품 다시 지리오.

주석

부감(俯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봄.

남경(南梗) 남쪽의 우환·근심거리. 여기서는 동해로 침입하던 왜구 등 남방의 위협을 이른다.

석련좌(石蓮座) 돌로 연꽃 모양을 새겨 만든 불상의 받침대.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머리에 열한 개의 얼굴을 지닌 관세음보살. 중생을 두루 살핀다는 의미를 담는다.

십나한(十羅漢) 깨달음을 이룬 열 명의 아라한. 석굴암에서는 부처를 둘러싼 제자들의 상을 이른다.

천부신장(天部神將) 불법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과 장수들. 석굴암 입구 양벽의 금강역사·사천왕 등을 가리킨다.

초일(超逸) 보통의 수준을 뛰어넘어 빼어남.

기육(肌肉) 살과 근육. 조각상의 몸매와 살결을 이른다.

완악(頑惡) 성질이 모질고 사나움.

심상·해설

아침 해가 동해 너머로 불끈 솟아 석굴암 본존불의 얼굴을 환히 비추고, 살아 숨 쉬는 듯한 신라 사나이의 모습으로 빛나는 장엄한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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