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날이 새입니다
날이 새입니다. 동이 고요히 트입니다.
고운 새벽빛이 「世界[세계]의 啓示[계시]」같이 흔들립니다.
벗이여, 당신 이마에는 어제밤의 憂愁[우수]가 쓰여 있습니다.
게슴츠레한 두 눈초리에는 그저도 눈물이 겨웁니다.
벗이여, 나의 사랑하는 벗이여, 이리 오십시오―
자릿하게도 산산한 새벽 이슬이 내리는 이 곳으로요.
「슬픔」은 옛 것이요, 「기쁨」은 길이 새롭습니다.
울음을 멈추고 이리 와서「밝는 큰 날」의 해 맞이하셔요.
날이 새입니다. 동이 고요히 트입니다.
고운 새벽 빛이「世界[세계]의 기쁨」같이 출렁거립니다.
―「東明[동명]」, 1922. 9
주석
계시(啓示) 사람의 지혜로는 알 수 없는 진리를 신이 깨우쳐 보여 줌. 새벽빛을 세계가 열어 보이는 깨달음에 빗댔다.
우수(憂愁) 근심과 시름.
자릿하다 살갗에 닿는 느낌이 자르르 저릿하다. 새벽이슬의 차고 산뜻한 감촉을 나타낸다.
산산하다 공기가 좀 사늘하고 서늘하다.
동명(東明) 1922년 최남선이 펴낸 주간지 이름. 이 시가 처음 발표된 지면이다.
심상·해설
어젯밤 시름에 젖어 우는 벗을 산뜻한 새벽이슬이 내리는 곳으로 불러, 고요히 동트는 새벽빛 속에서 '밝는 큰 날'의 해를 함께 맞자고 다독이는 장면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