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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1
1920년대

눈 1

박용철 · 1920년대
나아가잣고나 나아가잣고나 새로싸인 눈우이를 눈우에는 발자최가 남는다 순아 눈우이를 걸어가자 눈의품은 사람 세상보다 다숩다 순아 우리 눈우이를 걸어가자 우리앞은 끝없는 새눈이오 우리뒤엔 새길이 열려진다 순아 우리 눈우이를 걸어가자 우리길은 우으로 향하엿다 세거름씩 한거번에 뒤으로 미끌린다 우리는 열거름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애의 옷과살은 눈같이 히다 그대머리는 솔나무숲같이 검다 나는 이속에서 너를 잃어버리겟다 순아 눈우이를 걸어가자 우리의 몸과마음 눈과같이 맑아져 눈과같이 가볍게 팔팔날아 오르련다 순아 우리 눈우이를 가볍게 날아가자

주석

다숩다 '따습다', 따뜻하다의 옛말. 눈의 품이 사람 사는 세상보다 도리어 포근하다는 뜻이다.

순아 함께 눈길을 걷자고 부르는 상대의 이름. 순결하고 맑은 동행을 가리키며, 시 전체에서 거듭 호명된다.

심상·해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 위를 '순아'를 부르며 함께 걸어, 미끄러지면서도 한 걸음씩 위로 오르고 마침내 눈처럼 맑고 가벼이 날아오르려는 밝고 희망찬 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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