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길
길, 길 죽 벋은 길
음향과 색채의 양안(兩岸)을 건너
죽 벋은 길.
길 길 감도는 길
산 넘어 들 지나
굽이굽이 감도는 길.
길 길 작은 길
벽과 벽 사이에
담과 담 사이에
작은 길 작은 길.
길 길 유현경(幽玄境)의 길
서로 아는 영혼이 해방되어 만나는
유현경의 길 머리 위의 길.
길 길 죽 벋은 길
음향과 색채의 양안을 전하여
죽 벋은 길 죽 벋은 길.
(서울에서)
주석
양안(兩岸) 강이나 길의 양쪽 기슭, 양편.
유현경(幽玄境) 그윽하고 깊어 헤아리기 어려운 경지. 영혼이 만나는 신비롭고 깊은 세계를 뜻한다.
심상·해설
소리와 빛깔의 양쪽 기슭을 건너 곧게 뻗고 굽이돌고 좁아지는 갖가지 길들이, 마침내 영혼이 만나는 머리 위 그윽한 길로 이어지는 환상적 풍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