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낙원은 가시덤풀에서
1920년대

낙원은 가시덤풀에서

한용운 · 1920년대
죽은줄아럿든 매화나무가지에 구슬가튼꽃방울을 매처주는 쇠잔한눈위에 가만히오는 봄긔운은 아름답기도함니다 그러나 그밧게 다른하늘에서오는 알수업는향긔는, 모든꽃의죽엄을 가지고다니는 쇠잔한눈이 주는줄을 아심닛가 구름은가늘고 시내물은엿고 가을산은 비엇는데 파리한바위새이에 실컷붉은단풍은 곱기도함니다 그러나 단풍은 노래도부르고 우름도움니다 그러한「자연의인생」은, 가을바람의꿈을따러 사러지고 기억에만남어잇는 지난여름의 무르녹은 녹음이 주는줄을 아심닛가 일경초가 장륙금신이되고 장륙금신이 일경초가됨니다 천지는 한보금자리오 만유는 가튼소조임니다 나는 자연의거울에 인생을비처보앗슴니다 고통의가시덤풀뒤에 환희의낙원을 건설하기위하야 님을떠난 나는 아아 행복임니다

주석

일경초(一莖草) 한 줄기 풀. 가장 보잘것없는 미물(微物)을 가리킨다.

장륙금신(丈六金身) 한 길 여섯 자(약 4.8m) 높이의 황금빛 불상(佛像). 곧 부처를 뜻한다. '일경초가 장륙금신이 된다'는 미물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불교의 만물 평등 사상을 나타낸다.

만유(萬有)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소조(小鳥) 작은 새.

심상·해설

잔설 위에 피는 매화와 빈 가을 산의 단풍을 거울 삼아, 미물과 부처가 하나인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고통의 가시덤불 뒤에서 환희의 낙원을 보는 깨달음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용운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