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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인 되어
1940-1950년대

이름 없는 여인 되어

노천명 · 1940-1950년대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주석

내사 '나는야'의 방언적 표현. '나로서는, 나야'의 뜻으로 강조의 어감을 띤다.

놋양푼 놋쇠로 만든 넓고 큰 그릇(양푼). 음식을 담거나 데우는 데 쓰였다.

심상·해설

박넝쿨 오른 초가지붕과 들장미 울타리, 별과 부엉이 우는 산골의 밤이 정겹게 펼쳐진다. 소박한 살림 속에서 여왕보다 행복하겠다는 따뜻한 소망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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