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해바라기씨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실이 나려와 가치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해ㅅ빛이 입마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약시 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 이다.
주석
담모롱이 담 모퉁이, 담이 꺾여 도는 구석.
괭이 고양이를 정답게 줄여 이르는 말.
이실 '이슬'의 옛 표기.
시약시 '색시'의 옛 표기·사투리. 새색시처럼 수줍은 모습을 빗댄다.
청개고리 '청개구리'의 옛 표기.
심상·해설
참새 몰래 해바라기 씨를 심고 누나와 바둑이와 고양이가 차례로 흙을 다지면, 이슬과 햇빛이 보살피고 새색시처럼 수줍은 싹을 청개구리가 엿보다 깩 소리치고 달아나는, 천진하고 생기 가득한 봄날의 마당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