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굼벵이
썩은 짚누리 밑에서
굼벵이가 매미의 화상을 쓰고
슬금슬금 기어나온다, 기어나온다
반쯤 생긴 저 날개가 마저 돋으면
저 놈은 푸른 하늘로 마음껏 날 수 있고
햇빛 찌는 나무 그늘에 노래도 부를 테지
누구냐? 굼벵이를 보고
“꿈틀거리는 재주뿐이라”고 말한 것은
“꿈틀거리는 재주뿐이라”고 말한 것은
주석
굼벵이 매미 따위의 애벌레. 느리게 꿈틀거리는 모습 때문에 굼뜬 사람을 빗대기도 함.
화상(畵像) 그림으로 그린 형상, 모습. 여기서는 굼벵이가 장차 매미가 될 모습을 '매미의 탈을 쓴다'는 뜻으로 표현함.
짚누리 짚을 쌓아 둔 더미. 짚가리, 짚눌.
심상·해설
썩은 짚더미 밑에서 매미가 되려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는 굼벵이를 보며, 날개만 돋으면 푸른 하늘을 날 존재라고 비웃지 말라 항변하는 생명력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