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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1920년대

춘설

정지용 · 1920년대
문 열자 선뚝 ! 뚝 둣 둣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워라. 웅승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주석

선뚝 선뜩.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닿는 느낌을 나타내는 말.

우수절(雨水節) 이십사절기의 하나. 양력 2월 19일 무렵으로, 눈이 비가 되고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때.

초하로 '초하루', 그 달의 첫째 날의 옛 표기.

뫼뿌리 '멧부리', 곧 산봉우리의 끝.

이마받이 이마를 마주 댐, 또는 정면으로 부딪침.

웅승거리고 춥거나 겁이 나서 몸을 웅크리고.

핫옷 안에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솜옷.

심상·해설

우수 무렵 문을 여니 눈 덮인 먼 산이 이마에 닿듯 서늘하게 다가오고, 얼음이 금가고 미나리 새순이 돋으며 물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이른 봄, 솜옷을 벗고 그 차고 맑은 추위를 다시 맞고 싶은 설렘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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