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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자취
1920년대

빛나는 자취

박용철 · 1920년대
다습고 밝은햇발 이같이 나려흐르느니 숨어있던 어린풀싹 소근거려 나오고 새로피어 수접은 가지위 분홍 꽃잎들도 어느하나 그의입맞춤을 막아보려 안합니다 푸른밤 달비췬데서는 이슬이 구슬되고 길바닥에 고인물도 호수같이 별을 잠급니다 조그만 반딧불은 여름밤벌레라도 꼬리로 빛을뿌리고 날아다니는 혜성입니다 오─ 그대시어 허리가느단 계집애앞에 무릎꿇고 비는 사랑을 버리옵고 몸에서 스스로 빛을내는 사나이가 되옵소서 고개빠뜨리고 마음떨리는 사랑을 버리옵고 은비둘기같이 가슴내밀고 날아가시어 다만 나의 흐린눈으로 그대의 빛나는 자취를 따르게하옵소서

주석

달비췬데 '달빛 비친 데'의 준말. 달빛이 비치는 곳.

은비둘기 은빛 비둘기. 당당하고 빛나는 존재의 상징으로, 가슴을 내밀고 힘차게 나는 모습을 가리킴.

심상·해설

따스한 햇살에 풀싹이 돋고 밤이슬이 구슬처럼 맺히며 반딧불이 혜성처럼 빛나는 가운데, 스스로 빛을 내는 당당한 존재가 되라 권하는 빛의 장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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