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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아침
1920년대

비 갠 아침

이상화 · 1920년대
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 동편 하늘이 이제야 불그레하다. 기다리는 듯 고요한 이 땅 위로 해는 점잖게 돋아 오른다. 눈부신 이 땅 아름다운 이 땅 나야 세상이 너무도 밝고 깨끗해서 발을 내밀기에 황송만 하다. 해는 모든 것에게 젖을 주었나 보다 동무여 보아라 우리의 앞뒤로 있는 모든 것이 햇살의 가닥― 가닥을 잡고 빨지 않느냐. 이런 기쁨이 또 있으랴 이런 좋은 일이 또 있으랴 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 아 오늘의 우리 목숨은 복스러워도 보인다.

주석

젖을 주었나 보다 햇살을 어머니의 젖에 빗대어, 만물이 해의 자양분을 받아 자라는 모습을 그린 표현이다.

사랑 뭉텅이 사랑이 한데 뭉친 덩어리. 온 땅이 사랑으로 가득 찬 느낌을 비유한 말이다.

심상·해설

밤새 퍼붓던 비가 그치고 불그레한 동녘으로 해가 점잖게 떠오른다. 햇살을 젖처럼 빨아들이는 깨끗한 만물 사이에서, 온 땅이 사랑 덩어리처럼 환하고 복스럽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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