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봄의 서곡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포도(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먼 살구나무에 곧
올연한 분홍「베일」이 씌워질까봅니다
주석
포도(鋪道) 포장한 길, 포장도로를 뜻하는 한자어.
올연(兀然)하다 홀로 우뚝 솟은 모양을 이르는 말. 여기서는 까만 살구나무에 분홍 꽃이 우뚝 피어날 것을 비유한다.
베일(veil) 얼굴을 가리는 얇은 망사 천. 살구나무에 피어날 분홍 꽃을 베일에 빗댔다.
심상·해설
삼월의 햇볕 아래 가로수가 초록 새옷을 입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는 들뜬 봄날. 보리가 윤나는 머리를 풀고 살구나무에 분홍 꽃 베일이 씌워질 듯한, 약동하는 봄의 설렘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