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조찬
햇살 피여,
이윽한 후,
머흘 머흘
골을 옮기는 구름.
길경 꽃봉오리
흔들려 씻기우고.
차돌부리
촉 촉 죽순 돋듯.
물 소리에
이가 시리다.
앉음새 가리여
양지 쪽에 쪼그리고,
서러운 새 되어
흰 밥알을 쫏다.
주석
이윽한 시간이 한참 지난, 얼마쯤 흐른의 뜻인 옛말 '이윽하다'에서 온 표현.
머흘 머흘 구름 따위가 한가로이 천천히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
길경(桔梗) 도라지의 한자 이름. 보라색 꽃이 피는 산야의 풀꽃.
차돌부리 땅 위로 뾰족이 드러난 차돌(석영)의 끝부분.
심상·해설
골짜기를 한가로이 옮겨 가는 구름과 죽순 돋듯 솟은 차돌, 이가 시리도록 맑은 물소리 속에서 양지쪽에 쪼그려 흰 밥알을 쪼는 서러운 새의 모습이 산뜻하면서도 쓸쓸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