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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계
1920년대

새 세계

이상화 · 1920년대
나는 일찍 이 세상 밖으로 남 모를 야릇한 나라를 찾던 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넘치는 만족(滿足)으로 나의 발치에서 놀라고 있노라. 이제는 내가 눈앞에 사랑을 찾고 가마득한 나라에선 찾지 않노라, 햇살에 그을은 귀여운 가슴에 그 나라의 이슬이 맺혀 있으니. 무지갯발과 같이 오고 또 가고 해와 함께 허공(虛空)의 호흡(呼吸)을 쉬다가 저녁이면 구슬 같이 반짝이며 달빛과 바람과 어우러지도다. 저무는 저녁 입술 내 이마를 태우고 밤은 두 팔로 나를 안으며, 옛날의 살뜰한 맘 다 저버리지 않고 하이얀 눈으로 머리 굽혀 웃는다. 나는 꿈꾸는 내 눈을 닫고 거룩한 광명(光明)을 다시 보았다. 예전 세상이 그 때에 있을 때 우리가 사람을 잊지 않던 것처럼. 이리하여 하늘에 있다는 모든 것이 이 세상에 다- 있음을 나는 알았다 어둠 속에서 본 한 가닥 햇살은 한낮을 꺼릴 만큼 갑절 더 밝다. 이래서 내 마음 이 세상이 즐거워 옛적 사람과 같이 나눠 살면서 은(銀)가루 안개를 온 몸에 두르고 무르익은 햇살에 그을리노라.

주석

무지갯발 무지개가 발처럼 드리운 모양. 무지개의 빛줄기를 가리킨다.

살뜰한 맘 알뜰하고 정겨운 마음. 옛날 그대로의 따뜻하고 곡진한 정을 뜻한다.

은(銀)가루 안개 은가루를 뿌린 듯 곱게 빛나는 안개. 새 세계의 신비롭고 환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심상·해설

먼 이상향을 헤매던 마음이 바로 이 땅에서 사랑과 광명을 찾아낸다. 저녁 입술이 이마를 태우고 밤이 두 팔로 안아 주는 가운데, 어둠 속 한 줄기 햇살이 한낮보다 밝게 빛나며 새 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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