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국화사 삼첩
울섶 밑 두어 송이 서릿발에 더 새롭다
인왕산(仁王山) 솟은 수색(秀色) 유정(有情)한 듯 와서 비춰
인간(人間)에 알 이 없음을 한해 무슨 하리오
되 친다 안 변(變)하니 도움일네 서리 도로
황금(黃金)을 간 듯한 빛 다사론 때 보올껏까
인사(人事)도 이러할랏다 뜻 있는이 아소서
자 넘은 파리한 몸 작다려건 작다하소
된내기 겪고 나니 이 카 아니 높하이까
찬 기운 어리신 얼굴 곱다 감히 하리요.
주석
국화사 삼첩(菊花詞 三疊) 국화를 노래한 시조 세 수(三疊)라는 뜻. 정인보가 지은 연시조로, 서리 속에 피는 국화에 선비의 절개를 담았다.
인왕산(仁王山) 서울 도성 서쪽의 산. 국화에 비치는 그 빼어난 산빛을 정다운 벗처럼 그렸다.
수색(秀色) 빼어나게 아름다운 빛. 인왕산의 맑고 고운 자태를 가리킨다.
된내기 된서리. 늦가을에 되게 내리는 서리로, 모진 시련을 견디는 국화의 지조를 부각한다.
심상·해설
된서리 내린 늦가을, 울타리 밑에 핀 두어 송이 국화가 인왕산 맑은 빛을 받아 황금처럼 빛나며, 추위에도 굽히지 않는 선비의 곧은 절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