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산골 물
산골물아
어대서 나서 어대로 가는가
무슨일로 그리 쉬지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랴는가 아니오랴는가
물은 아모말이 없이
수없이 얽크러진 등 댕댕이 칡 덩줄 속으로
적은돌은 넘어가고
큰돌은 돌아가면서
쫄쫄 꼴꼴 쇄 소리가
양안청산(兩岸靑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에 이르는 성공(成功)의 비결(秘訣)이
이렇다는 말인가
물이야 무슨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주석
양안청산(兩岸靑山) 물길 양쪽 기슭의 푸른 산. '양안'은 양쪽 강기슭.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 세상살이에서 남에게 뒤져 패배한 사람. '열패'는 남보다 못해 짐.
댕댕이 댕댕이덩굴. 줄기가 길게 뻗는 덩굴식물.
심상·해설
덩굴 우거진 골짜기를 작은 돌은 넘고 큰 돌은 돌아 쉼 없이 흐르며 물소리가 푸른 산에 메아리치는데, 그 흐름에서 삶의 비결을 읽어내려는 성찰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