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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2
1920년대

유리창2

정지용 · 1920년대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히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안에 든 금(金)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小蒸氣船)처럼 흔들리는 창(窓). 투명(透明)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熱)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戀情)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마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音響)- 머언 꽃! 도회(都會)에는 고흔 화재(火災)가 오른다.

주석

어험스런 짐짓 위엄을 부려 무게 있고 위압적인 데가 있는.

누뤼알 우박알. '누리'는 우박의 옛말.

알연히 아련히. 또는 소리가 맑고 가늘게 울리는 모양.

심상·해설

별도 물도 없는 캄캄한 겨울밤, 항아리 속 금붕어처럼 갑갑하게 유리창에 입김을 불며 뺨을 비비는 답답한 열병 같은 고독, 멀리 도시엔 화재처럼 불빛이 피어오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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