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비
굳은 어둠의 장벽을 시름없이 '노크'하는 비들의 가벼운 손과 손과 손과 손......
그는 '아스팔트'의 가슴 속에 오색의 감정을 기르며 온다.
대낮에 우리는 '아스팔트'에게 향하여
"예끼 둔한 자식 너도 또한 바위의 종류구나" 하고 비웃었다.
그렇지만 우두커니 하늘을 쳐다보는
눈물에 어린 그 자식의 얼굴을 보렴
루비 에메랄드 싸파이어 호박 비취 야광주......
'아스팔트'의 호수면에 녹아 내리른 네온싸인의 음악.
고양이의 눈을 가진 전차들은(대서양을 건너는 타이타닉호처럼)
구원할 수 없는 희망을 파묻기 위하야 검은 추억의 바다를 건너간다.
그들의 구조선인 듯이
종이 우산에 맥없이 매달려
밤에게 이끌려 헤엄쳐 가는 어족들
여자-
사나이-
아무도 구원을 찾지 않는다.
밤은 심해의 돌단에 좌초했다.
S O S O S
신호는 해상에서 지랄하나
어느 무전대도 문을 닫았다.
주석
야광주(夜光珠)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구슬. 야광 진주.
어족(魚族) 물고기 무리. 여기서는 비 오는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을 물고기에 빗댄 것.
돌단(突端) 불쑥 튀어나온 끝. 뾰족하게 돌출한 부분.
S O S 조난 시 보내는 국제 구조 신호. 무선 전신의 모스 부호로 보낸다.
무전대(無電臺) 무선 전신을 주고받는 곳, 무선국.
심상·해설
밤비가 어둠을 두드리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 네온사인이 보석처럼 녹아내리는데, 사람들은 침몰하는 배 같은 거리에서 구원을 찾지 못한 채 떠도는 도시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