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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함께
1920년대

달과 함께

김억 · 1920년대
조는 듯한 등(燈)불에 덮이운 권태(倦怠)의 도시(都市)의 밤거리에 고요하게도 눈은 내리며 쌓여라. 인적(人跡)은 끊기고 눈이 멎을 때, 보라, 이러한 때에, 깊고도 넓은 끝도 없는 밤바다에 하얗게도 외로운 빛을 놓으며, 달은 혼자서 방향 없이 아득이면서 하늘 길을 걷고 있어라. 고요한 밤거리에는 잃어진 꿈과도 같게 곱게도 등불이 졸고 있어라.

주석

권태(倦怠) 게으름과 싫증, 무기력하게 늘어진 지루함.

인적(人跡) 사람의 발자취, 사람이 다닌 흔적.

아득이면서 아득히 헤매면서, 방향을 잃고 막막하게 떠돌면서.

심상·해설

눈이 고요히 쌓이는 권태로운 도시의 밤거리, 인적이 끊긴 빈 하늘을 달이 홀로 방향도 없이 떠간다. 잃어버린 꿈처럼 졸고 있는 등불 사이로 도시의 적막과 고독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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