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옥류동
골에 하늘이
따로 트이고,
폭포 소리 하잔히
봄우뢰를 울다.
날가지 겹겹이
모란꽃잎 포기이는 듯.
자위 돌아 사폿 질듯
위태로이 솟은 봉오리들.
골이 속 속 접히어 들어
이내가 새포롬 서그러거리는 숫도림.
꽃가루 묻힌 양 날러 올라
나래 떠는 해.
보랏빛 햇살이
폭지어 빛겨 걸치이매,
기슭에 약초들의
소란한 호흡!
들새도 날러들지 않고
신비가 한꺼 저자 선 한낮
물도 젖여지지 않어
흰돌 우에 따로 구르고,
닥어 스미는 향기에
길초마다 옷깃이 매워라.
귀또리도
흠식한 양
옴짓
아니 긴다.
주석
옥류동(玉流洞) 금강산의 명승 계곡.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 하여 붙은 이름.
하잔히 하잔하게. 한가롭고 고요하게.
이내 해질 무렵이나 산중에 끼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숫도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숫된(순수한) 숲. '도림'은 둘레의 수풀.
심상·해설
골짜기마다 하늘이 따로 트이고 폭포가 봄우레처럼 울리는 옥류동 한낮, 보랏빛 햇살과 약초 향기 속에 새도 귀뚜라미도 숨죽인 신비롭고 적막한 금강산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