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가을 하늘 밑에 서서
엄청나게 높고 깊은 하늘.
어이없이도 새파란 가을 하늘 !
끔찍한 당신의 天幕[천막]이로소이다
오오, 님이시여!
끔찍하게 넓은 하늘― 당신의 天幕[천막] !
만유는 다 당신의 軍隊[군대]로소이다
왕도 거지도 바다도 산도,
오오, 님이시여 !
―「東明[동명]」, 1922. 10
주석
천막(天幕) 하늘을 거대한 천막에 빗댄 표현. 끝없이 펼쳐진 가을 하늘을 신(님)이 친 장막으로 보았다.
만유(萬有)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 왕도 거지도 바다도 산도 모두 '님'의 군대라는 절대자에 대한 외경을 담는다.
동명(東明) 1922년 최남선이 펴낸 주간지 이름. 이 시가 처음 발표된 지면이다.
끔찍한 여기서는 '무섭다'가 아니라 '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라는 옛 쓰임으로, 압도적인 크기에 대한 경탄을 나타낸다.
심상·해설
어이없을 만큼 높고 새파란 가을 하늘을 절대자가 친 거대한 천막으로 우러르며, 왕도 거지도 산도 바다도 그 아래 한 군대로 거느리는 압도적 외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