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달밤- 도회
먼지투성이인 지붕 위로
달이 머리를 쳐들고 서네.
떡잎이 지처진 거리의 『포플러』가 실바람에 불려
사람에게 놀란 도적이 손에 쥔 돈을 놓아 버리듯
하늘을 우러러 은(銀)쪽을 던지며 떨고 있다.
풋솜에나 비길 얇은 구름이
달에게로 달에게로 날아만 들어
바다 위에 섰는 듯 보는 눈이 어지럽다.
사람은 온 몸에 달 빛을 입은 줄도 모르는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예사롭게 지껄인다
아니다 웃을 때는 그들의 입에 달 빛이 있다 달 이야긴가 보다.
아 하다못해 오늘밤만 등불을 꺼버리자
촌각시같이 방구석에서 추녀 밑에서
달을 보고 얼굴을 붉힌 등불을 보려무나.
거리 뒷간 유리창에도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
주석
도회(都會) 도시. 부제 '도회'는 도시의 밤 풍경을 그린 시임을 알려준다.
포플러(poplar) 미루나무. 가로수로 흔히 심으며, 잎이 바람에 은빛으로 반짝이며 흔들린다.
풋솜 잘 타지 않은 거친 솜. 여기서는 설핏하고 엷은 구름을 비유한다.
촌각시 시골의 갓 시집온 새색시.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등불에 빗댄다.
심상·해설
먼지투성이 도시 지붕 위로 떠오른 달이 포플러를 은빛으로 떨게 하고, 사람들의 입가와 뒷간 유리창에까지 내려앉는다. 도회의 밤을 적시는 달빛이 신비롭고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