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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1920년대

예장

정지용 · 1920년대
모오닝 코오트에 예장을 갖추고 대만물상에 들어간 한 장년신사가 있었다 구만물 위에서 알로 나려뛰었다 웃저고리는 나려가다가 중간 솔가지에 걸리여 벗겨진 채 와이샤쓰 바람에 넥타이가 다칠새라 납족이 엎드렸다 한겨울 내-흰 손바닥 같은 눈이 나려와 덮어 주곤 주곤 하였다 장년이 생각하기를 (숨도 아이에 쉬지 않어야 춥지 않으리라)고 주검다운 의식을 갇추어 삼동 내-부복하였다 눈도 희기가 겹겹이 예장같이 봄이 짙어서 사라지다.

주석

예장(禮裝) 예복. 격식을 갖춘 정장 차림.

대만물상(大萬物相) 금강산의 만물상. 기암괴석이 만 가지 형상을 이룬 명승. '구만물(舊萬物)'은 그 안쪽의 옛 만물상 구역.

삼동(三冬) 겨울의 석 달. 겨우내.

부복(俯伏) 고개를 숙이고 땅에 엎드림.

심상·해설

예복을 갖춘 신사가 금강산 만물상 절벽에서 뛰어내려 눈에 겹겹이 덮인 채 겨우내 엎드려 있다가 봄이 짙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죽음을 정갈한 의식처럼 그린 환상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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