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골편에 관한 무제
용케도 피에 물들지 않고서 하이얀 채
뺑끼칠한 사과를 톱으로 쪼갠즉 하이얀 채
하느님도 뺑끼칠한 세공품을 좋아하시지――사과가 제아무리 빨갛더라도 속살은 하이얀 채. 하느님은 이것으로 인간을 속여넘기려고.
묵죽(墨竹)을 사진으로 찍어 원판을 비추어 보시오―골격 같다 두개골은 석류 같고 아니 석류의 음화(陰畵)가 두개골 같다(?)
당신 산 사람의 골편 본 적 있어요? 수술실에서―그건 죽은 것이어요 산 사람 골편 본 적 있어요? 이빨 말이야―어머 이빨두 그래 골편이려나요. 그럼 손톱두 골편이게?
난 인간만큼은 식물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주석
골편(骨片) 뼛조각.
뺑끼칠 페인트(영어 paint, 일본어 ペンキ 펜키)칠. 겉만 칠해 속을 감추는 위장의 이미지로 쓰였다.
묵죽(墨竹) 먹으로만 그린 대나무 그림. 그 골격이 사람의 뼈·두개골과 겹쳐진다.
음화(陰畵) 사진의 음화(네거티브). 명암이 뒤집힌 상으로, 석류와 두개골이 서로 뒤바뀐다는 발상이다.
심상·해설
빨갛게 칠한 사과를 톱으로 쪼개면 속은 새하얀 살이고, 먹으로 그린 대나무가 곧 사람의 뼈가 된다. 겉과 속, 삶과 죽음이 뒤집히는 차고 그로테스크한 해부의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