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무덤
꽂은 꽃이야 곱건 말건
붓는 눈물이야 덥건 말건
깊이도 자는 이의 가슴에야
느낄 줄이나마 있으랴.
하늘빛이야 밝건 말건
돋는 해야 따스하건 말건
곱게도 잠든 이의 가슴에야
이런 생각이나마 있으랴.
가신 이가 잠자게 누웠고
가려는 이 또한 모르거니,
무덤에서 스며 흐르는
곱다란 설움만 예나 이제나.
있다는, 산다는 모든 것들은
한결같이 그대의 팔에 안기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철마다
분노(憤怒)와 즐거움도 없이 잠잠하리.
벗이여, 젊음에 뛰노는 벗이여,
울다 남은 눈물이 아직도 남았는가,
지금 때는 때를 따라 어두워지어,
늙음의 저녁은 차차 가까워 오나니.
심상·해설
꽃을 꽂고 눈물을 부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덤 속 잠든 이를 바라보며, 모든 삶이 결국 죽음의 품에 안겨 잠잠해지고 젊음에도 늙음의 저녁이 다가옴을 응시하는 쓸쓸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