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1931년
――작품제1번
1
나의 폐가 맹장염을 앓다. 제4병원에 입원. 주치의도 난――망명의 소문 나다.
철 늦은 나비를 보다. 간호부 인형 매입. 모조 맹장을 제작하여 한 장의 투명 초자(유리)의 저편에 대칭점을 설치하다. 자택 치료의 묘(妙)를 극하다.
드디어 위병 발병하여 안면 창백. 빈혈.
2
심장 거처 불명. 위에 있느니 가슴에 있느니 이설(二說) 분분하여 걷잡을 수 없음.
다량의 출혈을 보다. 혈액 분석의 결과 나의 피는 무기질의 혼합이라 판명함.
퇴원. 거대하며 샤프한 기념비 서다. 백색 소년 그 전면(前面)에서 협심증으로 고꾸라지다.
3
나의 안면에 풀이 자라났다. 이는 불요불굴의 미덕을 상징한다.
나는 내 자신을 더도 없이 미워하여 등변형 코오스의 산보를 매일이고 계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는 1932년 5월 7일(부친의 사일(死日)) 대리석 발아 사건의 전조이었다.
허나 그때의 나는 아직 한 개의 방정식 무기론(方程式無機論)의 열렬한 신봉자이었다.
4
뇌수 교체 문제 드디어 중대화되다.
나는 남몰래 정충(精蟲)의 일원론을 고지(固持)하여 정충의 유기질의 분리 실험에 성공하다.
유기질의 무기화 문제 남다.
R청년 공작(公爵)과 해후하여 CREAM LEBRA의 비밀을 듣다. 그의 소개에 의하여 이양(梨孃)과 서로 알다.
예(例)의 문제에 광명 보이다.
5
혼혈아 Y 나와의 입맞춤에 의하여 독살되다.
감금되다.
6
재차 입원하다. 나는 이렇게도 암담한 운명에 직면하여 자살을 결의하고 남몰래 한 자루의 비수(길이 3척)를 손에 넣었다.
야음(夜陰)을 타서 나는 병실에서 빠져나왔다. 개가 짖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푹 하고 비수를 나의 배꼽에 찔러 넣었다.
불행히도 나를 체포하러 추격하여 온 나의 어머니가 나의 등에 나를 감싸 안은 채 살해되어 있었다. 나는 무사하였다.
7
지구의(地球儀)의 위에 물구나무 하였다는 이유로 나는 제3인터내셔널 당원들에게 뭇매에 당했다
그리고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에 태워진 채 공중에 쏘아졌다. 혹형을 맞았다.
나는 지구의에 접근한다. 지구의 재정(財政)의 뒷면을 이때 엄밀 자세히 검산하는 기회를 얻었다
8
창부(娼婦)가 분만한 사아(死兒)의 피부 일면(一面)에 문신이 입혀져 있었다. 나는 그 암호를 해제하였다.
그 사아의 선조는 옛적에 기관차를 치어서 그 기관차로 하여 유혈 임리(流血淋漓) 도망하게 한 일세(一世)의 호걸이었다는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9
나는 제3개째의 다리(脚) 제4개째의 다리의 설계 중. 혁(爀)으로부터의 「다리를 자르다」의 비보를 접하고 악연(愕然)함.
10
나의 방의 시계 돌연 13을 치다. 그때 호외의 방울이 울리다. 나의 탈옥의 기사.
불면증과 종안병(腫眼病)과로 시달리고 있는 나는 항상 좌우의 기로에 섰다.
나의 내부로 향하여 도덕의 기념비가 부수어지면서 쓰러졌다. 중상(重傷). 세상은 착오를 전하다.
13+1=12 이튿날(즉 그때)부터 나의 시곗바늘은 3개이었다.
11
삼차각(三次角)의 여각(餘角)을 발견하다. 다음으로 삼차각과 삼차각의 여각과의 합은 삼차각과 보각(補角)을 이룸을 발견하다.
인구 문제의 응급수단 확정되다.
12
거울의 굴절 반사의 법칙은 시간 방향 유임(留任) 문제를 해결하다. (궤적의 광년 운산(運算))
나는 거울의 수량을 섬광의 속도에 의하여 계산하였다. 거기에서 로켓트의 설계를 중단하였다.
별보―이양 R청년 공작 가전(家傳)의 발(簾)에 감기어 참사하다.
별보―상형문자에 의한 사도(死都) 발굴 탐사대 그 기관지로써 성명서를 발표하다.
거울의 불황과 함께 비관설 대두하다.
주석
작품제1번 이상이 일본어로 발표한 연작시 '작품 제1번'의 한 편. 원제는 '一九三一年(作品第一番)'으로, 결핵 투병과 죽음·자아 분열을 수술실·과학 용어로 변용한 초현실주의 산문시.
초자(硝子) 유리(琉璃)를 뜻하는 일본식 한자어. 'がらす(가라스)'의 한자 표기에서 온 당시 통용어.
제3인터내셔널 1919년 모스크바에서 결성된 국제 공산주의 조직(코민테른). 1930년대 식민지 지식인에게 익숙했던 시사어.
삼차각(三次角)·여각(餘角)·보각(補角) 수학 용어. 여각은 합이 90도, 보각은 합이 180도가 되는 각. 이상이 공업학교 건축과 출신으로 즐겨 쓴 기하·수식 이미지.
유혈임리(流血淋漓)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는 모양을 뜻하는 한자 성어.
종안병(腫眼病) 눈이 붓는 병. 결핵성 안질환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13+1=12 이상 특유의 비논리적 수식. 시간이 13시를 치는 환상과 맞물려, 시계바늘이 셋이 되는 자아 분열·시간 붕괴의 이미지로 읽힌다.
심상·해설
병상에 누운 시인의 몸이 폐·심장·뇌수로 해체되고, 시계가 13시를 치는 환상 속에서 비수와 기념비, 거울이 차례로 떠오른다. 죽음을 과학 실험처럼 냉정하게 기록한 음산한 실험실 풍경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