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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천
1930년대

압천

정지용 · 1930년대
압천(鴨川) 십리(十里)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수어라. 시원치도 않아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떴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鴨川) 십리(十里)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주석

압천(鴨川) 일본 교토를 흐르는 가모강(鴨川)의 한자 이름. 시인이 교토 유학 시절 강가에서 느낀 향수를 담았다.

목이 자졌다 '자지다'는 잦아들다·잦아지다의 옛말. 날마다 님을 보내느라 목소리가 잦아들었다(쉬었다)는 뜻.

역구풀 물가에 자라는 여뀌풀.

뜸북이 뜸부기. 여름철 물가에서 우는 새. '홀어멈'은 짝 없이 홀로 우는 모습을 사람에 빗댄 것.

오랑쥬 오렌지(orange)의 옛 표기.

심상·해설

교토 가모강 십 리 벌에 해가 저무는 저녁, 여울 물소리와 뜸부기 울음 속에서 오렌지 껍질을 씹는 젊은 나그네가 날마다 님을 떠나보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쓸쓸한 강가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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