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작부
1930년대

공작부

윤곤강 · 1930년대
별 언뜻 기울어 하늘엔 붉은 노을 버들잎 소리없이 지면 새의 꿈 어지러워 흰 모래 사뿐 밟고 끄으는 꼬리 무거워라 눈 부시는 비단 옷 곱게곱게 입고 암놈 수놈 다가서서 마주 보고 서로 놀라 모래 위에 어리인 그림자 바람 탄 양 흩날려라 버들잎 하나 집어 물고 수놈 꼬리 후두두 치면 무지개보다도 고운 빛으로 활짝 열리는 부챗살! 울안이 벅차게 부풀어 타는 햇살처럼 환해라 크고 고운 꼬리 끝에 빛이 자아내는 아지랑이 잔 털 스쳐 이는 바람 암노루의 배꼽내 풍기어 검푸르게 수놓은 허공엔 반짝이는 금별 은별… 아아 죄스러워라 아름다움에 겨워 암놈 짐짓 물러서서 빈 하늘 노리면 솨아… 미친 바람에 지는 잎 하나 또 하나… 꽃의 봄, 잎의 여름 때와 함께 다 보내고 찬 서릿바람 가을이다 두고 온 남녘 나라의 꿈에 나날이 맺는 시름은 고운 빛 가진 죄이리라

주석

공작부 공작(孔雀)을 노래한 부(賦). '부'는 사물을 자세히 묘사하며 읊는 한시의 한 갈래로, 여기서는 공작을 노래한 시라는 뜻.

부챗살 부채를 펼쳤을 때 드러나는 살. 공작이 활짝 편 꼬리깃을 비유함.

울안 울타리를 둘러친 안. 공작을 가둔 우리 안을 가리킴.

남녘 나라 공작의 본디 고향인 따뜻한 남쪽 나라. 갇힌 새의 향수를 드러냄.

심상·해설

붉은 노을 속에서 무지개보다 고운 부챗살 꼬리를 활짝 펼친 공작이, 정작 고운 빛 탓에 우리에 갇혀 두고 온 남녘 고향을 그리워하는 쓸쓸함이 가을바람과 함께 스민다.

윤곤강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