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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호추월
1930년대

평호추월

심훈 · 1930년대
(一) 중천(中天)의 달빛은 호심(湖心)으로 쏟아지고 향수(鄕愁)는 이슬 내리듯 마음 속을 적시네 선잠 깬 어린 물새는 뉘설음에 우느뇨 (二) 손바닥 부르트도록 뱃전을 두드리며 「동해(東海)물과 백두산(白頭山)」 떼를 지어 부르다가 동무를 얼싸안고서 느껴느껴 울었네 (三) 나 어려 귀 너머로 들었던 적벽부(赤壁賦)를 운파만리(雲波萬里) 예 와서 당음(唐音)읽듯 외단말가 우화이(羽化而) 귀향(歸鄕)하여서 내 어버이 뵈옵고저.

주석

평호추월(平湖秋月) 잔잔한 호수에 비친 가을 달. 중국 항저우 서호(西湖)의 빼어난 경치를 꼽은 서호십경(西湖十景)의 하나.

호심(湖心) 호수의 한가운데.

「동해물과 백두산」 애국가의 첫 구절. 타향에서 동포들이 함께 부르며 나라와 고향을 그리는 노래로 등장한다.

적벽부(赤壁賦) 중국 송나라 소동파(소식)가 적벽에서 뱃놀이하며 지은 명문. 인생의 덧없음과 자연의 유유함을 노래했다.

운파만리(雲波萬里) 구름과 물결이 만 리에 이어진 아득히 먼 곳.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을 가리킨다.

당음(唐音) 당나라 시. 또는 한시를 소리 내어 읊는 것. 여기서는 글을 외워 읊음을 뜻한다.

우화이(羽化而) 소동파 〈적벽부〉의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오른다)'에서 따온 말. 여기서는 날 듯이 가뿐하게 고향으로 돌아감을 뜻한다.

심상·해설

가을 달빛이 호수 한복판으로 쏟아지는 이국의 뱃놀이에서,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뱃전을 두드리며 애국가를 부르다 동무를 얼싸안고 우는, 만 리 밖 고향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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