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잃어진 고향
1940-1950년대

잃어진 고향

이육사 · 1940-1950년대
제비야 너도 고향(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강남(江南)을 간다니 저 높은 재 위에 흰 구름 한 조각 제 깃에 묻으면 두 날개가 촉촉이 젖겠구나 가다가 푸른 숲 위를 지나거든 화끈한 네 가슴을 식혀나 가렴 불행(不幸)이 사막(沙漠)에 떨어져 타죽어도 아쉬워하지는 않겠지 그야 한 떼 날아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 때나 외로운 넋이었거니 그곳에 푸른 하늘이 열리면 어쩌면 네 새 고장도 될법하이.

주석

강남(江南) 본디 중국 양쯔강 남쪽 지방. 제비가 가을에 떠나 봄에 돌아오는 따뜻한 남쪽 나라를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이다.

재 넘어 다니도록 길이 난 높은 산의 고개. '재 위'는 고갯마루를 뜻한다.

잃어진 고향 잃어버린 고향. '잃어진'은 '잃어버린'의 옛 표현으로, 나라를 빼앗긴 시인의 처지를 제비에 빗댄 제목이다.

심상·해설

고향을 잃고 강남으로 떠나는 제비가 고갯마루 흰 구름에 날개를 적시고 푸른 숲 위를 지나며, 무리 속에서도 홀로 높이 나는 외로운 넋으로 새 고장을 그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육사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